[월간 국토 3월호] 이슈와 사람_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이재붕 원장
건설교통 R&D 정책방향
안녕하십니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 새 정부의 국정목표에 따르면,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방안으로서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해·재난 예방, 도시재생 등 건설교통 부문의 R&D 과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건설교통 R&D의 정책방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건설교통기술평가원(이하 건교평)의 이재붕 원장님을 만나서 말씀을 나누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1. 새 정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에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건교평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방향을 갖고 대응해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새 정부는 앞으로의 시대는 과학기술시대라고 선언할 만큼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과거에도 국가의 미래를 여는 핵심키워드로 강조되어 왔으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지도자의 열의 또한 최고조에 달해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과학’과 ‘기술’의 산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아이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폰을 단순히 하나의 통신매체라고 간주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이폰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소통과 관계는 물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처럼 과학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 바로 미래를 여는 ‘창조경제’이며 건설교통R&D 역시 R&D의 상용화, 산업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건설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국가경제가 어려운 것도 한 요인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건설업에 대한 R&D의 관심과 투자가 낮아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으로 발전되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건설교통분야의 정책 역시 R&D라는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질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건교평은 건설교통R&D가 국가산업의 한 축을 달성할 수 있도록 R&D의 비전을 재정립하고 기관의 역량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 건교평이 업무를 시작한 이래 이제 정착단계에 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행된 R&D 중에서 산업화에 성공적이었던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건설교통R&D는 다른 분야의 R&D와 달리 실용화 중심의 R&D로서 성과가 창출되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2006년 실용화 중심의 대형 연구개발사업이 기획되고 추진되면서 이제 점차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산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건설R&D분야에서는 플랜트사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LNG플랜트사업을 통해 추진된 세계 최대(27만㎘급)의 LNG 저장탱크 설계기술 개발은 기존 20만㎘ 대비 저장용량을 35%나 높였으며, 일본 대지진 이후 한층 강화된 내진 기준을 만족시켜 안정성도 확보했습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삼척 생산기지에 2017년까지 설치될 3기의 저장탱크에 대한 실시 설계가 완료되었으며, 향후 에너지 확보 경쟁이 우려되는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 홍보는 물론 국가의 에너지 안보 능력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을 통해 세계 3번째 16인치 역삼투 분리막을 개발하였으며, 현재 부산 기장군에 해수담수화플랜트 실증시설을 구축하여 향후 기장군 주민들의 식수문제 해결은 물론 해외 수주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교통R&D분야에서는 430km/h급 동력분산형 차세대고속열차(HEMU-430X)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세계 4위권의 고속열차기술력을 확보하였습니다. 올해 관련 기술의 실용화 기술개발과 10만km/h 시험주행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세계 3번째로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인 도시형자기부상열차의 개발을 들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총 연장 6.1km의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에서 용유동 차량기지까지 도시형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인천국제공항의 편의증진 및 공항서비스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건설교통R&D 성과가 국가산업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그 기대를 한층 높이기 위하여 기획단계부터 정부정책과 연계하여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화 중심의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3. 그동안 수행된 기술 중심의 R&D는 전문성이 높았던 만큼 국민의 생활과 유리된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건교평에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요자 중심의 R&D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이 설립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건설교통R&D에 투자된 비용이 대략 3조원이며 건설교통R&D 관계자들을 비롯한 연구진들 덕분에 세계적 수준의 건설교통기술력을 확보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간 추진해 왔던 많은 연구결과가 활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구기획단계에서부터 산업화 및 산업육성 측면까지 고려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건설교통R&D의 비전을 담은 큰 그림을 중심으로 사업추진의 연계 및 추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구결과의 활용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 및 국민 등 기술개발 수혜자가 함께 공감하는 R&D를 추진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이르게 되었습니다.
건설교통R&D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공공성이 높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추진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올해 건설교통R&D는 수요자 중심의 현안해결형 과제 발굴을 위해 R&D 아이디어 공모전을 추진하고, 국민 누구나 쉽게 기술개발 목적을 알 수 있도록 R&D 과제명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제를 기획하고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앞으로 건설교통R&D는 국가R&D정책과 연계된 수요자 중심의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연구성과도 확산될 수 있도록 목표지향적인 사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4. 지금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시 제안연구'의 비중이 상당 부분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비전과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우리 원은 국민이 공감하고 정부정책과 연계되어 지속발전이 가능한 수요자 중심의 R&D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관리 시스템 전반의 개선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유공모과제의 추진방식을 개선한 것으로, 지난해까지 사업별로 추진되었던 자유공모과제가 올해부터 건설교통기술촉진연구사업에 통합되어 ‘원천·모험연구 지원’ 과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장기계획에 따라 하향(Top-down)식의 중대형과제가 중심이 되었다면 정책적으로 시급하거나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의 속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원천·모험연구 지원’ 과제가 새로운 방안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건설교통R&D 예산의 약 10%가 ‘원천·모험연구 지원’ 과제에 지원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민간 수요자 중심의 응용개발 및 생활밀착형 일반과제를 상향(Bottom-up)식으로 발굴·추진할 수 있도록 사업내 과제 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할 예정이며, 중간평가를 간소화하여 연구자 중심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원천·모험연구 지원’ 과제가 창조적인 연구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예산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건설교통R&D의 큰 비전과 기술적인 트리를 만들어 사업추진의 체계성을 갖추어 나가겠습니다.
5. 최근 학제간 연계 또는 융복합 연구가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업적을 보면, 예술이 기술이고, 기술이 철학인 것 같아서 모든 학문이 두루 통하는 느낌입니다. 건교평은 건설교통 부문의 기술 전문으로 R&D를 집중하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사회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문학 또는 사회학과 결합된 기술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융복합적 기술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장과 삶의 질을 함께 중시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이 전환됨에 따라 이제는 연구개발의 방향이 단순히 기술간 융·복합을 떠나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분야가 상호 접목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인간 중심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학제간 경계가 불분명해 지고 있다는 것은 연구개발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누구에게나 편리한 ‘출퇴근 시간 반으로 줄이기’,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으로 줄이기’와 같은 도로교통서비스를 실현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특정 교통수단을 개발하고 대체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을까요?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현상을 파악하고 연관된 이론 및 기술적 융합, 나아가 분야별·기관별 융합을 포함하여 정책적 지원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연구개발은 특정기술의 개별범주가 아닌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개방적이고 통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6. 중소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기관의 참여를 확대하고, 관련 예산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등 건설교통R&D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 정부는 과학기술을 통한 新산업의 창출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밑바탕에는 R&D를 통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자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국가차원에서 R&D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투자액 대비 성과, 즉 효율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건설교통R&D 예산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나 최근 2~3년간 다른 분야의 R&D 예산이 확대된 것과 비교한다면 제자리 수준이거나 오히려 감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국가차원에서 R&D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다른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우선 건설교통R&D 예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산하 대규모 공사·공단에서 R&D투자를 집중·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공사공단의 연간 사업비를 고려한다면 R&D의 투자 활성화는 국가적으로 산업 연관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R&D는 대기업 위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현재 여러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건설교통R&D도 연구조합을 조성하여 중소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연구성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연구조합이 활성화되면 연구가 사장되는 결과도 막을 수 있고 균형있는 산업발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7. 국토연구원도 건교평의 R&D 과제를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참여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설교통 R&D 과제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에게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국토연구원은 건설교통을 아우르는 창의적인 국토환경 창출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있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그동안 국토연구원의 연구진들을 통해 추진된 건설교통R&D과제도 상당하지만, 앞으로 더욱 새로운 국토환경에 걸맞고 국민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구과제들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초고층빌딩 및 교량의 설계와 시공된 모습을 보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기술적, 예술적, 문화적인 측면들이 다채롭게 연계되어 구축되어 있는 거대한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교통기술도 공공디자인으로써 R&D 차원에서 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토연구원에서도 우리나라 국토를 디자인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활동을 수행한다면 미래의 국토환경을 새롭게 구현하는데 중차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건교평도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기관과 연계하여 건설교통R&D의 미래를 설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