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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신문] 위기의 건설, 지혜를 묻다 -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
등록일 : 2025-06-16 조회수 : 27

“복잡한 생산구조로 위기 노출 취약…시공기술력 확보 통해 체질 개선 해야”


 

 부동산시장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건설현장마다 자금을 융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설산업 전반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발주 물량 증가, 조기 예산 집행 등을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기계설비신문은 국토교통부 건설경제과장 등을 지낸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을 만나 침체된 건설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정책적 해법과 기술 혁신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건설산업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18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에서는 단순한 경기하강 국면이 건설업 침체를 일으키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위기 때마다 발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토교통부 건설경제과장 등을 역임하며 건설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지닌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도 동일하게 지적하는 대목이다. 원-하도급 등 복잡하게 얽힌 건설산업의 구조적 요인과 외부 자금을 차입해 사업해야만 하는 시장 특성이 맞물려 경기침체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희 원장은 “건설업은 사업기간이 길고, 대규모 자금이 수반되기 때문에 사업리스크가 크다”며 “부동산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경제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 배경으로는 건설경제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다양한 건설업계와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업계의 실정을 그 누구보다 많이 이해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국토부에 재직하면서 입찰제도와 건설시장 구조 혁신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 장본인이다. 입찰제도의 글로벌 스탠다드화, 보증제도 리스크 관리 강화, 부실기업 퇴출 유도, 건설생산체계 개선 등 건설산업에 존재했던 비효율적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 등이 그가 펼쳤던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김 원장은 “건설경제과장을 역임하면서 건설산업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각 업계마다 입장이 다르고 갈등이 존재하다보니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또 수립된 정책들을 집행할 때도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국토부가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여러 정책들을 제시했음에도 미래지향적 발전을 견인한다는 측면에서는 한계가 역력했다”며 “청년층 유입을 위해 펼쳤던 정책들의 실효성이 부족해 건설현장의 고령화는 여전히 심각하고, 외국인 근로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가 하도급 입찰 선호로 신기술개발 메리트 떨어져

비효율적 건설산업구조 과감히 개선해야 지속발전 가능

 

그는 반복된 위기 때마다 같은 어려움을 겪는 건설산업의 돌파구는 ‘기술 혁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기시 가장 먼저 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부터 줄이는 행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원장은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R&D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향이 짙어진다”며 “가격 위주의 수주 관행으로 인해 신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집계한 종합건설사들의 R&D 투자비용은 타 산업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대비 R&D 투자액의 비중은 10대 종건사 평균 0.6%대에 불과했다. 국내 대표 산업으로 취급되는 반도체, IT분야의 상위업체들이 10~20%대를 웃도는 점과 비교할 때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김정희 원장은 “건설업체가 R&D를 통해 개발한 신기술 성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건설산업의 생산체계가 원-하청으로 구분돼 기술력보다는 가격, 하청사 관리의 용이성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며 “부끄러운 말이지만 건설산업의 구조적 측면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많은 종건업체가 협력관계에 있는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입찰방식’을 선호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신기술을 도입해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전무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러한 관행이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여전히 시공위주의 노동집약적 산업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그동안 건설산업이 수주실적 위주로 경쟁하면서 기술력과 종건사들의 관리 역량 등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미흡했다”며 “하도급 중심의 산업구조, 저가수주 관행이 유지되면서 기술혁신과 지속가능한 건설기술 개발에 대응하려는 혁신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올해 1월 발표한 건설경제동향에 따르면, 공공과 민간부문의 건설수주액은 9조214억원으로 집계, 전년 동기 13조1437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건설투자 전망치도 당초 11.3%에서 8.5%로 조정되는 등 시장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부위경정((扶危定傾)’이라는 말처럼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기술 등을 건설산업에 접목해 첨단산업으로 진일보하고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고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은 결국 건설산업의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주액 중심의 실적관리가 아닌 시공기술력과 R&D를 통한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며, 기술중심의 산업체질 개선, 인력구조 개편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R&D 통한 기술중심 산업 체질개선 해야

스마트건설 관심 가질때…기술혁신 업계 노력 필요

 

그는 최근과 같은 경기침체 시 정부가 제시하는 다양한 경기부양책이 오히려 건설산업의 기술고도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는 등 위기 시 정부의 역할 강조론을 반복적으로 요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생력도 함께 길러줘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그는 “국내 건설경기 위축 시 정부예산 조기집행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이와 같은 단기 부흥책만으로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장기적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며 “각 지자체마다 지역소재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내 건설사업의 경우 무리할 정도로 의무 협력방안을 도입함으로써 건설산업의 지역경계가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건설산업의 정책을 마련할 때 발주자, 시공사, 근로자, 연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산업 전반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건설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것 또한 근시안적 관점으로, 궁극적으로 건설산업이 미래의 국토산업을 혁신할 핵심산업이자, 국토와 도시의 고부가가치화를 견인하는 첨단기술산업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지하고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건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맡고 있는 건설신기술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첨단 건설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발주기관, 시공사 등의 공고한 협력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건설기술-정책-건설산업-시공현장’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현장에서 쓰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정책적 목적과 기술개발의 방향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양일간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2025 국토교통기술교류회’도 그 연장선에 있는 행사인 셈이다.

 

김 원장은 “AI 등 급변하는 기술환경 속에서 국토교통기술의 미래를 엿보고, R&D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라며 “스마트건설 등 각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미래를 논의하고 설계하는 등 국토교통기술 혁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스마트건설, 첨단 안전기술, 탄소중립 기술 등의 국토교통분야 싱크탱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져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시공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고령화에 대비한 자동로봇 등 노동 대체 기술, 디지털전환 기술에 힘을 쏟는 중이다.

 

김 원장은 “인구구조가 변함에따라 건설자동화, 원격시공기술, 탈현장시공 공법 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기술의 발전이 건설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돼 산업의 미래발전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기사링크 : https://www.kme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468 

첨부파일 : 20250616 기계설비신문_지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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