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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가져올 미래를 준비하자
등록일 : 2023-03-03 조회수 : 60892

 인류는 바퀴를 발명한 이래 이동을 위한 수단과 인프라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시작되는 우리나라 교통인프라의 공급과 통행량도 서구의 역사를 압축해서 담아내듯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이동을 처음으로 주춤하게 했던 지난 2년여간의 펜데믹 이후 위축되었던 활동이 재개되면서 사람들의 눌려왔던 이동의 욕구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동안 우리는 이동의 소중함을 경험했으며,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의 성장과 기후변화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이제는 기존의 교통수단과 인프라 공급 위주의 교통(Transportation)시스템이 앞으로도 유효한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돌아봐야할 시점이다.


 이미 교통(Transportation) 대신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모빌리티의 사전적 의미는 ‘이동성’ 이지만 단순한 이동이나 교통수단과 시설의 공급을 넘어 사용자 중심의 이동 편의성 향상과 새로운 서비스 공간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도 모빌리티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산업계에서 모빌리티는 새롭지 않은 개념이다. 대표적 자동차 전시회인 ‘서울모터쇼’는 작년부터 이미 ‘모빌리티 쇼’로 이름을 바꾸었고, 현대자동차는 자율차와 UAM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올해 CES2022는 자동차 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물이 움직이는 Mot(Mobility of Things)의 개념까지 선보이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정부에서도 국정과제에 친환경 지능형 모빌리티 및 UAM 산업 육성을 포함시키면서 적극적 지원을 선언했으며, 10대 국가전략기술에 모빌리티를 포함시켰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미래지향적 모빌리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직의 영문 명칭도 Transport에서 Mobility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래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중점 기술로 자율주행, UAM, 하이퍼튜브, 친환경차를 꼽고 있으며,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구체적 항목 다섯가지로 전기차, 스마트모빌리티, 자율주행 트럭을 포함한 배송기술, e-모빌리티 그리고 UAM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도 자율주행 관련 도로교통 인프라 구축,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은 2023년 최고시속 160km의 UAM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꿈의 교통수단으로 불리는 하이퍼튜브는 미국에서 올해 안에 주행시험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확산에 따라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는 안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듯 숨가쁘게 변모하는 모빌리티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는 어떠한 역할에 집중해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는 새로운 모빌리티를 연계한 기종점 통행을 통합관리 할 수 있는 아키텍쳐와 정부통합플랫폼을 갖출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 개발한 모빌리티 수단이나 서비스 모델이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표준 플랫폼에 얹혀진다면, 원활한 연계와 환승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모빌리티  산업은 큰 확장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다시 민간에 제공되어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한다.
 또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인프라의 안전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UAM의 하늘길(corridor)을 지정하는 안전기준, 버티포트 등을 포함한 신개념 모빌리티 허브의 표준모델과 보안 및 안전관리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안전은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이고, 한번의 사고가 전체 모빌리티 시스템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이러한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토부는 2025년 UAM 상용화와 2027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제도마련을 추진중이다.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아진공 튜브를 통해 시속 1,0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하이퍼튜브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모빌리티의 상용화 시대를 대비하여 새로운 모빌리티를 포함하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목적지까지 하나의 서비스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빌리티 간 연계환승 서비스 체계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단,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가 기존의 교통 서비스를 보완 또는 대체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각계의 의견에 귀기울임으로써, 기존 산업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이용자 중심 모빌리티 환경을 연착륙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다음 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부터 10년을 모빌리티 전환에 있어서의 결정적인 시기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와 정부, 학계가 연구개발과 정책적 뒷받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팀웍을 이뤄야 한다. 우리의 반도체 산업처럼 세계 모빌리티 시장에서 초격차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관련기사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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