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R&D

한양특허법인 이재복 변리사

한양특허법인 이재복 변리사

운전하다 보면 아는 길이라도 내비게이션의 안내음성이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처음가는 길이라면, 내비게이션없이 운전하는 것은 거의 무모함에 가깝다. 교통량에 따라 최단시간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로까지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힘은 통신을 통해 전송되는 방대한 도로정보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데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R&D 연구개발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무엇일까. 내비게이션이 운전자로 하여금 목적지로 헤매지 않고 도착하도록 돕는 것처럼 특허정보가 바로 R&D의 내비게이션이다.

특허가 무엇이길래 R&D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허제도에 대한 이해로부터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특허제도는 발명자가 발명을 공개하는 대신에 그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공개 및 독점권은 모두 특허문서에 일정형식으로 기재된다. 특허문서 중 「청구 범위」 항목에 기재되는 부분이 독점권이 부여되는 기술 내용이다. 또한, 특허문서에는 청구범위」 항목 외에도 해당 분야의 평균수준의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하거나 구현하도록 「청구 범위」의 내용을 풀어서 도면 및 설명으로 기재해야 하는 「설명」 항목도 있다. 출원으로부터 등록의 과정 중에 이러한 내용이 충실하게 기재되었는지 특허심사관이 심사를 하고, 부실하면 수정의 기회를 준다.

만일, 독점권은 최대로 가지려하고, 기술 공개는 최소로 하거나 심지어 내용을 감추면 어떻게 될까. 특허심사관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수정의 기회에도 제대로 수정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특허는 거절될 것이다. 특허 출원 시에는 내용을 감추다가 나중에 거절 이후에서야 처음에 없던 내용을 추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특허는 독점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무가 발생하며, 그것이 기술 공개 의무인데 이를 소흘히 하면 권리 취득은 실패한다. 과연 특허문서에 발명을 어느 정도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공개를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기술 공개와 독점권 간에 균형을 이루도록 설명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가의 특허법에 이러한 균형을 규정함으로써, 독점권을 얻고자 하는 정도에 비례해 충실하게 발명의 기술내용을 공개해야한다.

이제는 특허를 왜 내비게이션이라고 하는지 이해될 것이다. 개발한 기술에 대해 독점권을 받기위해서 의무적으로 공개한 해당 기술에 대한 설명이 특허문서에 반드시 기재되어야 하기 때문에, R&D에 참고할 만한 많은 내용을 특허정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허정보를 통해, R&D 연구자는 크게 2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연구하려는 R&D와 관련해 이미 선점된 특허권이 있는지 여부이다. 타인이 특허를 선점했다면, 지금 수행 중인 R&D에 의해 제품이나 공정이 개발된다고 해도 선점된 특허에 의해 사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둘째, 특허로부터 파악되는 타인의 연구에 대한 상세한 내용으로부터 벤치마킹을 할 수 있다. 이로부터 R&D의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고, R&D의 최종 목표도 다시 설정할 수 있다.

특허정보를 언제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운전 전에 내비게이션을 통해 소요 시간이나 운전경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R&D에서도 마찬가지로, R&D 기획단계에서 특허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R&D 방향이나 목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수정이나 변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R&D에 앞서 특허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특허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둘째,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 자동차는 운전경로 중에 내비게이션으로부터 변경된 도로상황에 따른 안내가 필요하다. R&D의 진행 중에도 업데이트된 특허정보는 계속해서 필요한 것이다. 여러 가지 변동 상황에 따라 이미 수립된 R&D 전략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R&D 전략을 수정·변경할 수 있고, R&D를 수행하면서 기수립된 특허전략에 따라 특허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목적지에 도달하면 더 이상의 역할이 없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달리, R&D가 종료한 뒤라도 특허정보는 유효하게 활용된다. R&D 결과물로 특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도, 특허망 구축을 통한 특허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서는 특허정보는 필요하다.

특허정보라는 내비게이션 없이 아무도 없는 벌판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달리는 R&D 연구자는 결국 막다른 길목에서 선점된 특허를 만나게 되고, 이를 우회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추가될 것이다. 심지어는 우회하려는 길마저도 다른 특허로 선점되어 있을 수도 있다.

R&D 길목에서 운전 중 방향을 잃고 해맬 것인가, 출발 전부터 도착지까지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즐겁고 안전한 운전을 할 것인가, IP 내비게이션의 장착은 이제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VOL.10 - 우리 곁으로 다가온 자율주행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