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산·학·연 협력이 필수입니다

임영현 사진 LS스튜디오

서울대가 본격적으로 시흥스마트캠퍼스 구축에 나선 가운데, 첫 사업으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텔레콤 등과 자율주행자동차 기반 스마트캠퍼스 조성에 돌입했다. 자율주행자동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이경수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2016년 5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자동차 고속도로 시험주행(경부~영동 40km 구간)에 성공한 인물이다. 2017년 4월에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자동차전자분야에서 1년간 발표된 논문들 중 가장 의미 있는 논문에 수여하는 최고 논문상 ‘Vincent Bendix Electronics Engineering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이경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경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주요 프로필

1984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계설계학과 석사 학위 취득
1992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대학원 박사 학위 취득
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미래자동차기술연구센터장

이경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Q. 반갑습니다. 교수님께서 자율주행을 연구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A. 기계공학에서 제어 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 스스로 사고를 방지하는 ‘능동 안전’이 중요해졌고, 이러한 ‘능동안전’은 모두 제어 시스템에서 이뤄집니다.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안전성 확보인데요, 그동안 안전 제어 시스템 연구 실적이 축적되고 확장되다보니 자율주행까지 연결되었죠.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2016년 5월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에서의 시험주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시험주행 결과를 바탕으로 ‘주변 차량의 확률 예측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 논문을 SAE 학술지*에 발표했는데 지난해 4월 SAE로부터 자동차 전자분야 최고 논문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자율주행안전제어 기술을 전기자동차에 적용하여 시내 일반도로에서도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연구 중입니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사람과 같이 인지·판단하고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핵심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SAE 학술대회 : 미국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주최로 매년 개최되는 자동차분야 학술대회

Q. 자율주행차의 연구·개발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A. 자동차 업계의 자율주행차 개발과 차량 공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교통 시스템,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은 2020년 고속도로에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 양산을 목표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레벨 3은 운전자는 필요하지만 자율주행 모드에서 차선 변경, 가감속 등 기본 기능을 모두 수행합니다. 레벨 3만 되어도 운전자는 높은 수준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포드 같은 일부 자동차 기업의 경우에는 2022년이면 레벨 4의 자율주행차 양산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벨 4는 사람이 운전석에 앉을 필요 없이 자율주행차에 운전을 맡기고 책을 보거나 잠을 자도 되는 수준입니다.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율주행차가 이를 판단해 직접 정차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를 것입니다.

다른 한 부분은 차량 공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교통 서비스 체계의 출현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늘어난 자동차로 인한 교통 체증과 주차 문제가 중요한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교통 체증과 주차 문제를 해소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시스템을 만드는데 자율주행차가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웨이모는 완전 무인 택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고, 우버는 자율주행 택시를 시험 운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디즈니랜드처럼 일정 구역에서는 개인 차량이 아닌 자율주행 셔틀로 편리하게 이동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죠. 지하에 개인 차량을 주차하고 지상에서는 공용 자율주행차나 도보로 움직일 수 있어 쾌적한 이동 환경을 제공합니다.

자율주행차를 공유해 이동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교통시스템을 도입하면 사고 위험은 줄이고,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외국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도시에서 개인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의 40%를 확보할 수 있어 공원을 만들거나 사무공간을 확충하는 등 보다 여유로운 도시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Q. 서울대가 시흥스마트캠퍼스를 자율주행차 기반 스마트캠퍼스로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ICT 서비스의 산·학·연 R&D 환경을 조성하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힘을 합쳐 화제를 모았는데요?

A. 지난해 12월 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가 첫삽을 떴습니다. 서울대는 시흥스마트캠퍼스 전체에 자율주행 기반 미래 교통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서울대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텔레콤 등과 이를 위한 협약을 맺었는데요, 서울대는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자율주행용 차량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SK텔레콤은 HD맵 개발, 관제센터 구축 그리고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기술을, 한국도로공사는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도로 인프라 구축을 맡게 됩니다. 또 성우모바일 같은 자동차분야 전문 중소기업은 제어기 모듈, 차량 간 통신 모듈 등을 제공합니다.

자율주행차로 캠퍼스 내부를 이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2019년에는 테스트 트랙을 설치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아이오닉 전기차 10대를 투입, 앱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호출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캠퍼스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는 캠퍼스가 자리 잡은 배곧신도시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확대·적용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캠퍼스까지 개인 차량으로 이동한다 하더라도 캠퍼스 내부에는 자율주행차와 보행자만 다니는, 커다란 공원 같은 캠퍼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외국은 자율주행 시범 운영 사례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실제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시흥스마트캠퍼스 자율주행 스마트 모빌리티 운영은 자율주행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도시 전체의 교통체계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Q.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의 보완이 필요한가요?

A.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막대한 기업가치를 지닌 구글이 뛰어난 요소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고, 최고의 인력을 확보하는 막대한 투자를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고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산업 국가이고 자율주행 기술 중 판단·제어 기술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센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없어요. 앞선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과 어느 정도 격차가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종합 예술’과 같아요. 한 개의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 전반을 개발해 낼 수 없습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선 우선 자동차가 필요하고, 라이다, 레이더 같은 요소 기술이 있어야 하죠. 도로정밀지도나 센서 간, 자율주행차 간, 자율주행차와 교통 인프라 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망과 이를 연계하는 관제기술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산·학·연이 자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의 자율주행 스마트 모빌리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율주행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이 필수입니다. 대학, 연구기관 그리고 산업체 간에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산업체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이러한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으로 진출해야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독일과 미국 모두 이러한 부분에 중점을 두었기에 자율주행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VOL.10 - 우리 곁으로 다가온 자율주행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