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이식 기술로 ‘빈 컨테이너’ 수송 문제 해결한다

접이식 기술로 ‘빈 컨테이너’ 수송 문제 해결한다

김학성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물류기술연구팀 책임연구원

세계적인 무역 불균형 현상으로 국가 간 물동량의 차이가 심해지면서 물류 수송 후 빈 컨테이너의 수급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빈 컨테이너를 회수하는 데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2017년 3월부터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 주관연구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한국파렛트풀㈜과 함께 공동 개발한 접이식 컨테이너를 시범 운영 중이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김학성 책임연구원을 만나 연구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학성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물류기술연구팀 책임연구원

물류기술연구팀에서 국가 물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수송, 보관, 상·하역과 물류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물류 수송에 필요한 용기(容器·container)와 도심 물류 분야를 주로 연구 중이다.

Q. 접이식 컨테이너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접이식 컨테이너를 개발하고자 했던 건 무역 불균형에서 비롯된 빈 컨테이너의 재배치 문제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국가 간 혹은 지역 간 무역 불균형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제조된 상품이 컨테이너에 실려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됩니다. 그러면 그쪽에서는 다시 이에 상응하는 상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아시아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가 8,910억 달러(약 1,000조 원)에 이른다고 하죠.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화물을 하역하고 난 뒤 빈 컨테이너가 남아도는 반면, 중국이나 우리나라 등에서는 물건을 싣기 위한 빈 컨테이너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매년 200억 달러가 빈 컨테이너를 재배치하는 비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빈 컨테이너 처리비용은 연간 6,480억 원 정도에 이릅니다.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접이식 컨테이너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화물이 없는 빈 컨테이너를 접어 4개를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어 보관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여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Q. 접이식 컨테이너 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접이식 컨테이너는 2013년 처음 기획연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컨테이너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접을 수 있는 접이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서였죠. 당시에 다양한 부서의 연구자들이 다수 참여했는데요. 각 분야별 전공자가 보는 다양한 관점과 시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연구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고, 그 후 2017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실제 제품이 현장에서 문제없이 쓰일 수 있는지 실용화를 목적으로 하는 현장 실증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Q. 접이식 컨테이너 연구의 특징 혹은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개발한 접이식 컨테이너는 요즘 해상 교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40피트(ft) 규격의 컨테이너입니다. 컨테이너는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이지만 생각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 40피트 컨테이너는 길이 12m, 폭 2.5m, 높이가 3m에 이를 만큼 크고, 무게는 약 4톤(t) 정도로 무겁습니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컨테이너를 빠르고 안전하게 최소 비용으로 접고 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그 결과 접고-펴기 전용 접이 장비를 개발하게 됐고, 이제 컨테이너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접고 펼 수 있게 된 거죠.

Q.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컨테이너는 보통 많은 양의 짐을 싣고 다닙니다. 특히 해상에서는 선박에 컨테이너를 여러 층으로 적재하여 운송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접이식 컨테이너의 운송과 보관에 따른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컨테이너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성을 확보하고 이를 검증하고자 국제 규격인CSC(International Convention for Safe Containers·안전한 컨테이너를 위한 국제협약) 인증을 획득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난해 11월 한국선급으로부터 CSC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시작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하고 인증을 받기까지 대략 11개월의 기간이 소요됐어요.

Q. 지난 7월부터 접이식 컨테이너의 시범 운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기간이 소요되는지, 어떤 업체들이참여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언제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계신지 들려주세요.

국내 시범 운영은 이미 완료된 상태입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시범 운영을 실시했고요. 우리 연구원을 포함해서 한국파렛트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철도공사, 하나로TNS 등이 참여했습니다. 연말부터는 국외 노선으로 부산-미국 LA/LB항, 부산-베트남 하이퐁항 등 2개 노선에 대해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현대상선, SM상선,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의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에요. 여기까지 시범 운영이 완료되면 결과 분석과 개선 작업을 거쳐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해외에서도 접이식 컨테이너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해외에서도 이러한 시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미국이나 러시아 등과 같이 내륙 운송이 긴 구간이 많은 지역은 해당 국가 내 화물 불균형 지역에서 접이식 컨테이너를 활용하면 많은 이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아직까지 실질적인 협의가 오간 상태는 아니지만, 이번 시범 운영을 계기로 접이식 컨테이너에 대한 관심은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점은 역시 실용화 단계입니다. 아무리 좋은 연구결과라도 실용화가 되지 못하면 그처럼 아쉬운 것도 없을 겁니다. 접이식 컨테이너 실용화를 위해서는 이번 시범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내외 노선에서 실질적인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질 테니까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미진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에 40피트 컨테이너를 만들었지만 향후 20피트나 8피트 규격의 작은 컨테이너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40피트 접이식 컨테이너 개발을 계기로 다양한 크기의 컨테이너에 접이식 기술을 확대·적용하는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접이식 컨테이너 도입과 활용을 위한 보조금 정책입니다. 접이식 컨테이너의 잠재 고객은 해운선사입니다. 국내 해운업계는 수년간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때 보조금 정책을 지원해주면 접이식 컨테이너를 도입하여 경영 개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컨테이너가 화물 수송과 보관을 위한 기본 용기로 물류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보조금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 혹시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닌데 접이식 컨테이너에 대한 기후환경 시험을 할 때가 생각나네요. 풍동 시험이라 해서 태풍 수준의 강우와 바람을 실제처럼 구현해서 컨테이너가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강한 비바람에 일정 시간 노출시켰는데 정확한 시험을 위해 저를 비롯한 연구원 몇 명이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 암흑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아마 폭풍우가 몰아칠 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화물 컨테이너 내부에서 머무를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그 시간을 견뎠는데 그 이후로 빗소리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또 하나는 국내 시범 운영을 하면서 접이식 컨테이너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게 된 것입니다. 다들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더군요. 그중 어떤 분은 컨테이너에 다가가 망치나 해머로 두들겨 보고 발로 차보기도 하는 등 반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새로운 컨테이너가 과연 큰 충격에도 잘 버틸 수 있는지, 얼마나 안전한지 궁금해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Q. 접이식 컨테이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앞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접이식 컨테이너에 대해 업계에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물류 현장에서 접이식 컨테이너 사용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업체들이 운영 중인 컨테이너 운영시스템에 잘 적용될 수 있을지 등의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범 운영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또 접이식 컨테이너가 가져올 효율성과 경제성 등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광균

사진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