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핫’해지는 지구, 온난화가 바꿀 내일을 고민해야 할 시간

지난여름, 유럽이 사상 유례가 없던 무더위로 몸살을 앓았다.캘리포니아 및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산불이 크게 증가하고 피해가 심해지는 추세다. 중국 서북 지역은 최근 들어 가뭄과 장마가 병존하는 상태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끔찍한 자연재해의 원인으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꼽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강 건넌 불구경이 아닌 까닭이다.

폭염, 산불... 자연재해로 몸살 않는 지구

2018년 11월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로 기록되었다. 11월 8일부터 3주간이나 이어졌던 대형 산불로 1,600여 채의 집이 전소되었으며, 85명이 사망했고, 실종자만 600여 명에 이른다. 불타버린 면적만 서울의 3배가 넘는다.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한 미국 서부 대부분 지역은 주로 가을, 겨울에 수분이 보충된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식생(植生)은 강우량이 적고 온도가 높은 여름철에 서서히 건조해진다. 건조한 식생은 바로 산불의 원인이 된다. 해당 지역의 기후가 화재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산불 원인은 결국 기후변화로 귀결된다. 기후변화가 없었을 때보다 1.1-1.6℃ 정도 높은 평균 기온이 있기 때문이다. 봄과 여름의 높아진 기온, 상승한 평균 기온으로 인한 강수량 및 적설량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산불 발생 빈도가 잦아졌고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 유럽은 폭염으로 인해 그리스 아티카 해안 지역에서 21세기 들어 두 번째로 큰 산불이 발생했고, 총 99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옥스포드대학 연구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의 가능성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예측대로 지난여름 유럽은 역대 최고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사하라 사막 일대의 뜨거운 바람이 이동한 온난전선의 영향으로 유럽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역대 최고 기온을 연일 갈아치웠다. 프랑스 파리는 7월 25일(현지시간) 낯 최고 기온 42.6℃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벨기에에서도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연일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벨기에 기상청(MRI)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독일의 국경 인근 클라이네 브로겔의 기온이 40.6℃까지 올라가 지난 183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유럽 지역의 폭염에 대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옥스포드대학의 환경 변화연구소 부국장인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유럽의 열선은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극한 상황 중 하나이며, 남부 유럽에서 열파의 가능성은 산업화 이전보다 10배나 커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베른대학 지리학연구소의 라파엘 노이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000년간의 기후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세기 말 지구 98% 이상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상승해 온난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서북 지역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 춥고 메마른 날씨의 중국 서북 지역이 기후 변화 탓에 따뜻하고 비도 많아지며 채소와 과일 재배가 가능할 정도로 탈바꿈 한 것이다. 중국 기상 부문에 따르면 1961년 이래로 중국 서북 지역의 기온 상승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 또한 많아졌다. 특히 2000년 이후엔 따뜻하고 습한 추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해 간쑤성의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0.7℃ 높았고 강수량도 27.6%나 증가했다. 중국과학원 등 각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 신장(新疆)과 치롄(祁連)산맥, 하서주랑, 칭장(靑藏)고원 등 중국 서북 지역의 강수량이 모두 늘었다. 주요 원인은 글로벌 기후 온난화에 있다는 게 딩이후이(丁一匯) 중국기상국 기후변화 특별고문의 설명이다. 중국 서북 지역의 수증기는 아랍해와 인도양, 북극 등 세 곳의 영향을 받는데 지구 온난화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의 수증기가 많아지며 서북 지역에 과거보다 많은 비를 내리게 한 것이다.

생존 문제로 다가온 기후변화, 난민 문제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기후, 지구온난화 현상은 가뭄, 홍수, 태풍, 산불, 극적인 온도 변화, 해수면 상승에 의한 해안 침식 등의 원인이 되고, 인류와 생명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바로 난민 문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존의 필수 요소인 삶의 터를 잃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피해는 잔인하게도 가난한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책임 비중이 1%도 되지 않는 가난한 남태평양 도서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몰디브, 투발루, 키리바시 등과 같은 섬나라들이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 서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은 사막의 남진으로 인한 가뭄으로 초원과 농토가 초토화되면서 약 20여만 명의 사람들이 이주했다. 그리고 미얀마 중부 건조 지역은 과거 인구 1,500만 명이 거주하고, 연간 2,500mm의 비가 내렸던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극심한 건조화와 사막화로 80% 이상의 농촌 인구가 빈곤의 늪에 빠져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를 떠나야 하는 ‘환경 난민’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환경 난민이란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기후변화나 인간의 영향에 의해 야기된 생태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난민을 의미한다. 2009년 국제이주기구(ION,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당사국 총회에서 오는 2050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최대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엔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가 인정하는 난민이란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인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환경 난민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전 세계 어떤 지역도 환경 난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전세계가 힘을 합쳐 환경 난민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매진해야 할 이유다.

신기후체제 시대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그 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지구환경을 위해 세계 각국은 온실 가스 감축 방안 확대는 물론 에너지 체계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2021년 1월부터 파리협정이 발효된다. 2020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조약이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웠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신기후체제에서는 세계 159개 국가들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것을 의무화했다. 각 국가별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 목표다.

국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산업계 모두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높여야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일환으로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포용적 녹색국가 구현’을 목표로 삼은 ‘제3차 녹색성장 5개년(2019~2023)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먼저 정부는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국민적 공감대 속에 장기 추진전략을 담은 ‘2050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이외에도 △책임 있는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혁신적인 녹색기술 산업육성과 공정한 녹색경제 △함께하는 녹색사회 구현과 글로벌 녹색협력 강화 등을 추진 전략으로 설정했으며 5대 정책 방향과 20개 중점과제도 함께 담았다. 산업계는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재생가능 에너지의 잠재적인 미래가치를 고려하여 투자를 해야 한다. 국제협력 역시 중요하다. 국가 간 대등한 관계 속에서 개발도상국에 청정기술 이전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앞장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 역시 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하다. 푸드 마일리지가 높은 식량(육류, 유제품 등) 소비를 줄이고, 이동 시 전기차나 자전거 등 친환경 수단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더불어 친환경제품을 가까이 하고 폐기물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고 나무를 심은 일 역시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다음 세대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일 것이다.

정영아
참고자료 : 기후변화센터 뉴스레터,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www.pnas.org),
외교부 간행물 <기후변화 바로 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