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편에 서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단장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은 빌딩과 설비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에너지 사용 효율을 개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문제가 중대시 된 현시점에서 그 대안으로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이태원 연구단장을 만나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통한 에너지 관리 및 절감 방안을 살펴보고 발전 방향에 대해서 들어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태원 단장

주택냉난방, 도시기반 순환형 복합플랜트, 화재안전 기술 연구를 거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연구단장으로 시스템 기술개발을 진행해왔다. 현재도 에너지와 환경 및 화재안전 통합관리를 중심으로 활발한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은 무엇이고 어떤 장점이 있나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건물자동화시스템은 글로벌 대기업의 대량생산에 맞춰져 있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 관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생겨난 것이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이라고 봅니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설계·운영·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며, 모듈화된 대량생산에서 탈피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소비자 맞춤형으로 에너지 절약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이 현시점에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시와 건물 부분의 냉난방에너지의 수요증가로 하·동절기의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발전시설을 확충하거나 소비를 억제하는 것 이외의 대책이 없어 에너지원 간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했죠. 정부에서도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런 이유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산업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개발하면 도시 및 건물의 유지관리를 위한 지식기반 정보서비스 산업이라는 국가 신성장동력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활용 사례는 어떠한가요?

저비용, 고성능의 시스템 구축을 위한 ‘완전개방형 BEMS 플랫폼(KIS System)’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하면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이용자도 건물과 가정 등 관리시스템의 설계는 물론 운영관리까지 직접 가능합니다. 그래서 간단한 조작법만 배우면 누구라도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점이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지요. 예를 들어 가정에서 조명장치를 소비자가 직접 KIS 시스템을 이용해 조명장치를 설계, 설치하고 원하는 서비스모듈(소프트웨어)를 선택해 시간과 활동에 따라 조명상태를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설정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지금까지는 전문회사나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소비자가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어느 건물에나 적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 알고리즘이 활발하게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물을 관리하는 같은 기능이라도 사용방법, 용도, 규모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소프트웨어가 생산되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소비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있어야 하고, 개발자와 소비자는 여기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개발된 제품은 자연스레 세계적 경쟁력도 가지게 될 것입니다.

BEMS 과제를 진행하시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용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현재 대기업 위주의 플랫폼에서는 시장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이죠.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편에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결과 완전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급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연구해야 할 부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올해 5월에는 국토교통기술대전에 출품하면서 개방형플랫폼을 국민에게 공개하기도 했지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비자에게 더욱 다가가는 것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정재림

사진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