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이 올해로 제7회를 맞이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미래 도시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내는 이번 공모전에 도전한 작품은 총 179건. 이 가운데 엄선을 거친 18건이 최종 경쟁을 펼쳤고 지난 5월 31일, 드디어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국토교통부 장관상의 주인공이 정해졌다. 그 영예의 얼굴인 ROI팀(백상열·서종욱·서영우, 에세이 분야)과 정부건 씨(영상 분야)를 만났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기에 충분히 통할 거라고 자신했어요. 실은 지난 4회 국토교통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전해 장려상을 받았는데, 여기서 그치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죠. 수차례에 걸쳐 논의하고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 끈기가 오늘의 영광을 안겨줬다고 생각해요.”
멀리서 봐도 훤칠하니 키가 커서 한눈에 들어오는 청년 셋이 나란히 앉았다. 하나 같이 미소가 걸린 입가를 보니 내심 기쁨을 감출 수 없었나 보다. 올해 아이디어 공모전 에세이 분야에서 당당히 대상을 거머쥔 이들은 팀명부터 범상치 않다. 바로, ROI다.
혹자는 투자자본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을 떠올릴 텐데, 재미있게도 영 틀린 답은 아니란다. 원래 의미는 ‘생각의 현실화(Realization Of Idea)’지만, 제안한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성장해 수익 실현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중의적으로 부르고 있다고.
구성원인 백상열 씨와 서종욱 씨 그리고, 서영우 씨는 각자 소속은 달라도 평소 자주 어울려 시간을 보낼 만큼 죽이 척척 맞는 친구다. 지난해 6월엔 함께 제주 여행을 떠났는데 바다 맑고 바람 좋은 풍경을 즐기다가 문득 떠오른 영감을 매개로 ROI팀을 결성했다.
메모장에 고이 보관했다가 이 기회에 나래를 활짝 펼쳤다는 아이디어는 <더 퓨처리스틱 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The Futuristic Storage System)>이다. 고도로 진화한 자율주행, 배터리, 무선충전, 태양전지 등이 결합해 구현한 미래형 동력 저장체계로, 신기술의 극치다.



제안 배경은 복잡하고 불편한 전기자동차 충전에서 비롯했다. 현재는 전기차를 몰고 충전기 설치 장소까지 이동해서 주차부터 해야 하는데 그나마 다른 차량이 선점하고 있으면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충전기 설치 지역이 한정적이어서 마냥 기다리기 일쑤다. 반면 ROI 팀이 상상하는 050년엔 더 퓨처리스틱 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이 구동하는 충전기가 직접 차를 찾아간다. 자율 주행하는 보조배터리인 셈이다.
또한 V2G(Vehicle To Grid, 차량과 전력망 간 연결)로 활용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전을 대비해 비상 전력을 공급한다거나, 전기 요금이 저렴한 심야에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사용 후 남은 전력을 요금이 높아지는 피크 시간대에 재판매하는 식이다.
비단 전기차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수소전지차, 각종 전기 장치 등의 에너지 공급에 이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힌다면 중동, 아프리카 등 전쟁 발발 지역이나 인프라 부족 국가의 전력 보급 수단으로 활약할 수 있을 테다.
태양광 발전기 적용 시 최적 일조량을 찾아다니고 태풍 등 자연재해를 대비해 미리 피할 수 있어 효율과 실용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토록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앞으로 어떤 전개를 맞이하는 걸까. 서영우 씨가 다 계획이 있다며 밝게 웃어 보인다.
“더 퓨처리스틱 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은 제가 현재 속해 있는 회사가 한창 개발 중인 아이템이기도 해요. 다만, 공모전을 통해 앞서 발표했을 뿐이죠. 이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잘 키워내서 신사업과 특허로 연결하고 더 나아가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 등 세계 무대에서 자랑스레 선보이고 싶어요.”
ROI팀을 통해 살짝 엿본 2050 국토교통 미래 변화상은 곧 상상을 넘어서 우리 앞에 나타날 예정이다. 반짝반짝 빛난 아이디어가 현실로 등장할 그 날이 실로 기다려진다.


우리 생활 곳곳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국토교통기술, 참 좋은데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장점을 꼽자니 전문용어가 등장하는데 듣는 입장에선 조금만 어려워져도 금세 지치기 마련이다. 아이디어 공모전 영상 분야 우승을 차지한 정부건 씨는 이러한 상황에 착안해 <내 꿈은 연구원>을 제작했다.
“이번 공모전 영상 분야 주제가 ‘국토교통기술을 소개합니다’였어요. 마침 공모전에 참가하는 터라 이참에 깊이 있게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정보 수집을 시작했는데 웬걸, 난이도가 상당한 거예요.(웃음) 그저 설명만 빼곡히 채워서는 안 되겠다는 걸 체감했죠. 자칫 흥미를 잃기 십상이니까요.”
‘국토교통기술을 소개합니다’라는 주제를 두고 다방면으로 생각했다.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써서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쉬운 길이 있었으나 제작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쓴다면 보는 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힘들 터였다. 고민 끝에 떠올린 해결 방안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 라인이었다. 그도 그럴 듯이 어린이가 고개를 끄덕일 수준이라면 자연히 성인이 받아들이기란 어렵지 않을 터다.
따라서 복잡한 구도나 그래프 등은 제외하고 알록달록한 인포그래픽(Infographics, 정보, 데이터, 지식 등을 시각화한 표현)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컬러감 넘치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빠가 아들에게 대한민국의 다양한 국토교통기술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는 이야기가 더해지니 신선한 시도와 설득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자신이 다가가기 힘들다면 대중 역시 같을 거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은 높은 인기를 얻었다. 2019 국토교통기술대전 전시장 R&D스퀘어에서 다른 작품과 더불어 상시 상영했는데 바쁘게 오가던 관람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영상을 다 보고 지나갈 만큼 큰 공감대를 형성해 화제로 떠오른 바 있다.
특히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이 유심히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국토교통기술의 희망 가득한 내일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에 더욱 용기를 얻었다는 그는 사람의 마음과 감성을 읽어내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끊임없이 활동하는 동시에 우수한 영상을 지속해서 만들 계획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 또한 국토교통기술을 위한 일을 하고 있어요.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정밀지도를 제작하는데요. 제가 그 디자인을 맡고 있어서 두 어깨에 놓인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국토교통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