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소경제사회 또는 수소도시와 같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용어들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인류는 지난 200년 동안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보다 사람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훨씬 많아지면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직면하게 됐고, 탈탄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채굴 비용이 증가하겠지만 앞으로 300년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화석연료가 고갈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라기보다 환경파괴 때문에 탈탄소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수소경제사회, 수소도시라는 말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산업구조나 사회를 수소 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전기와 열을 얻는 에너지원을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로 사용하는 새로운 경제 체계를 구축한 사회를 뜻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용하는 도시가스처럼 수소생산에서부터 이송, 활용에 이르는 시스템을 갖추고, 사람들의 생활에 직접 연결해서 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수소도시라할 수 있죠.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 장점은 무엇인가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쓰면 최종 산물로 물이 만들어지고, 물을 전기분해하면 다시 수소를 얻을 수 있어요.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분해, 제철공정, 석유화학공정 등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그리고 LNG·CNG·LPG 개질 등의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지금 상황에서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보통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얻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이 그나마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천연가스를 예로 들면 메탄을 적절하게 산소와 반응시켜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소도시, 수소경제사회라는 개념에서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한 후 이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경우를 이야기합니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선 지구 바깥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한 에너지는 태양밖에 없어요. 태양광, 태양열, 풍력 같은 에너지는 크게 보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입니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태양이 뜨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땐 발전을 할 수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가 성공하려면 그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쉽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대형화가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대처 가능한 방법이 바로 수소입니다. 태양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수소를 얻어 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최종 산물로 물이 발생하죠. 물로부터 다시 수소를 얻을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수소를 활용하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저장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수소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에너지원입니다.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하면 전기를 얻을 수 있고, 수소를 산소와 함께 태우면 열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요. 요즘 한창 이슈인 미세먼지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듯 수소는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의 장점도 있습니다.
최근 수소경제사회 또는 수소도시와 같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용어들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수소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 왔고, 그동안 개발해낸 요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특히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해낸 국가입니다. 투싼 iX에 이어 2018년엔 2세대 수소연료전지차 넥소도 나왔죠. 그런데 국내 수소차는 207대에 불과해요. 수소차를 저변화하기 위해서는 수소충전소 건설이 필수인데 수소충전소 전체 12기 중 상용 가능한 것은 7기밖에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수소차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2018년 6월 친환경차 보급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기(누적)를 건설하고, 수소연료전지차 1만 5,000대를 보급하며 2030년까지는 63만 대를 보급하겠다며 수소차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수소차를 포함, 미래 수소사회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는 도시 경쟁력을 수소에서 찾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대전은 수소인프라 안전체계 구축을 준비 중이고, 울산은 부생수소를 활용하여 민간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살펴보는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수시와 서울시는 수소버스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하지만 수소차를 제외한 전체 수소에너지 분야기술수준은 일본과 미국에는 조금 못 미칩니다. 수소생태계는 수소 생산에서부터 이송, 활용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를 갖춰야 가능합니다. 그러기엔 몇 가지 장벽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모든 국가에 해당하는 공통적 문제점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송하는 비용이 높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는 경제성이 없죠. 특히 수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체 중 가장 가벼운 기체라서 액화시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를 값싸게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수송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소도시 개념에서 수소가 사람들에게 친숙한 에너지원이 되려면 도시가스처럼 수소 공급망 구축이 필수인데, 현재는 그런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 있습니다.


수소사회 대비를 위해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반부터 수소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한 일본은 수소를 액화시키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는 계획과 함께 해외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액화시킨 다음 자국으로 들여와 공급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태양광 발전을 한다면 일본에서보다 막대한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수소를 얻을 수 있죠. 수소를 액화시키는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해외에서 액화수소로 만들어 석유처럼 선박으로 싣고 오겠다는 계획입니다.
수소에너지 실증에 관한 한 일본의 기술수준은 세계 톱입니다. 일본은 2002년부터 수소에너지 인프라 실증 연구에 돌입했고, 연료전지를 이용한 수소 발전을 실증하고자 기타큐슈에 수소타운을 만들었습니다. 가까운 제철소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수소충전소에 공급하고, 가정과 공공시설 등에 수소를 이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했죠.
경제상황은 달랐지만 한국과 같은 시기에 수소 에너지 개발에 돌입한 일본이 세계 최고 기술수준에 도달한데는 수소사회를 선언한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와 중장기적인 지원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소에너지 분야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수소도시의 성공여부는 수소에너지 분야 기술 개발과 함께 국민들이 수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부분에 달려있습니다. 수소가 비교적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기술 개발 돼 있음에도, 국민들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어요. 또한 세계 각국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수소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다소 가격 부담이 있더라도 수소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성숙한 국민 의식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소차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비싸요. 정부 보조금이 있지만 약간 비싸더라도 지구의 미래를 위해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친환경 이동수단인 수소차를 구매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수소에너지 분야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도시가스 공급망을 통해 국민들이 도시가스를 편리하게 사용하는 사례처럼 수소에너지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이러한 인프라가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관련 부처의 원활한 협업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