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新전략
기술개발의 과제

한국의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한국 정부는 2018년 1월 새로운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03년부터 추진해 온 u-City 접근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새로운 추진전략의 핵심은 기술중심의 접근방식을 사람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다. 기술적, 물리적 측면의 도시발전을 목표로 하기 보다 그 속에 사는 시민들의 편의와 행복도를 높이는 것을 스마트시티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스마트시티에 대한 인식도 획기적으로 전환했다. 스마트 시티를 일회성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혁신이 일어나는 플랫폼으로 정의한 것이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신전략은 그동안 한국이 추진했던 u-City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u-City는 센서기술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ICT 기반 스마트시티였고, 초기에는 적지 않은 성공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u-City는 도시 개발사업자의 시각을 주로 반영하는 공급주도적 추진방식으로 인해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도시 전체의 추진전략이 결여된 상태에서 개별 시설물과 분야별로 따로 사업이 추진되어 도시 전체에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신전략은 기존 스마트시티 정책의 문제점들을 깊이 분석하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계획의 완성도가 그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스마트시티에서 기념비적 성공사례를 만들려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그 중 기술개발은 한국이 가장 넘기 어려운 장벽 중 하나다. 인공지능, 로봇 등 한국이 뒤쳐진 기술분야를 조기에 발전시키지 못하면 스마트시티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이 스마트시티의 모든 것이 아니라고 많이들 지적하지만, 기술 없이는 스마트시티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도시성장 단계별 차별화된 접근

한국의 스마트시티 신전략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도시 유형별로 다양한 접근방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u-City는 신도시이든 구도시이든, 대도시이든 중소도시이든 상관없이 유사한 추진전략을 적용했다. 이와 달리 새로운 스마트시티 전략은 도시 성장단계별로 가장 적합한 정책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도시 유형을 신개발 도시, 성숙 도시, 노후 도시로 구분했다.

도시유형 추진방향 주요정책
신개발 도시 신기술 적용 및 새로운 인프라 구현 국가시범도시 및 규제프리 지역
성숙 도시 성숙기술 활용하여 조기 서비스 개발 데이터 허브 구축, 테마형 특화단지
노후 도시 정부주도 스마트 솔루션 적용 스마트시티 기반 도시 재생

신개발도시

신개발 도시는 미래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한다. 도시가 완전히 새롭게 조성되기 때문에 지능형 서비스에 적합한 도시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각종 이머징 기술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시범도시를 지정하여 선택과 집중의 이점을 살리려 한다. 국가시범도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중앙정부가 선정하고, 선정된 시범도시에는 정부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집중하게 된다. 아울러 시범도시를 규제 프리지역으로 지정하여 다른 지역에서는 규제 때문에 도입할 수 없는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정부는 2018년 8월 ‘스마트시티 조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국가시범도시를 규제프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2018년 현재 한국 정부는 세종4-1 지역과 부산EDC 등 2개 지역을 국가시범도시로 지정했다. 아울러 시범도시를 제대로 설계하기 위해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시별로 전담 Master Planner를 임명했다. Master Planner는 해당 지자체 및 사업시행자와 협력하여 시범도시의 기획과 구축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두 개 시범도시는 2021년부터 입주하는것을 목표로 하는데 크게 세 가지 기능을 하게 된다. 첫째는 미래 도시의 발전방향을 보여주는 모델하우스 기능, 둘째는 국내외 다른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서비스를 개발하는 lab 기능, 셋째는 실제 주민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각종 첨단기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 기능이다.

성숙도시

신개발 도시와 달리, 성숙도시에는 상용기술을 적용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두 가지 사업을 추진한다. 하나는 데이터 허브 모델을 개발하는 것으로 성숙도시가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개발하여 스마트시티에 소요되는 투자의 효율성과 스마트시티 구현의 용이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다른 하나는 테마별 특화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노후도시

노후도시를 위해서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스마트 기술은 저비용의 도시재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노후도시에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노후 도시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재정투자의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스마트시티 구현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2017년 스마트시티 기반 도시재생을 위해 5개 시범지구를 성정한 바 있고, 이후 매년 4곳 이상을 선정하여 2021년까지 총 20곳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도시유형별 스마트시티 서비스 수준

도시 유형별로 스마트시티 서비스 수준도 다르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우선 서비스 발전수준을 보면, <표 2>와 같이 5단계로 전망할 수 있다. 이는 ‘인지(sense)→ 생각(think)→ 행위(act)’의 3단계 진화 모델에 기초한 것이다.

단계 기술지향 주요특징 도시변화
level1
상황인지 서비스
인지
(Sense)
-사물인터넷 기반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과 상황공유 중심
- 상황변화에 신속히 대응
- 에너지절감등 도시효율성 제고
- 위치기반 서비스 등 신서비스
level2
수직적 지능 서비스
생각
(Think)
- 분야별(수직적) 데이터 분석
- 원인분석, 예측 등 지능형 분석
- 지능형 CCTV 등 관제 자동화
- 맞춤형 공공서비스(push)
level 3
수평적 지능 서비스
- 수평적으로 타분야 데이터 융합
- 혹은 On-Off연계 서비스
- 데이터 허브 등 플랫폼 기반
- 부분 넘어 전체 최적화 지향
- 시민 개인 의사결정능력 제고
level4
준자율 서비스
행위
(Act)
- 인공지능기반 준자율 의사결정
- 규칙기반에서 상황기반으로
- 생명 걸린 고위험 서비스 가능
- 도시관리 및 운영의 자동화
- 시민중심 맞춤서비스(pull)
- 자율무인셔틀 등 미래 서비스
level 5
자기조직화 서비스
- 로봇 기반의 움직이는 도시
- 인간과 로봇의 협업
- 가상공간 활용한 경험 창출
- 교통체증 등 자율적 문제 해결
- 시민경험·감정 중시 도시운영

스마트시티 서비스에서 가장 초보적인 Level 1은 인지단계에 해당한다. 각종 시설물과 도시의 상황을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2003년부터 추진된 u-City 서비스도 연기에 해당된다. CCTV와 GPS를 비롯해 각종 센서를 활용하여 스마트 주차장, 스마트 가로등, 스마트 미터링 등 다양한 응용서비스가 나왔으며 빅데이터 분석도 Level 1 서비스의 핵심기술에 해당한다.

Level 2와 Level 3은 인지를 넘어 생각단계에 진입한 서비스들이 해당한다. Level 1에서는 센서가 취득한 데이터를 사람이 분석했다면, Level 2와 3에서는 인공지능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게 된다. 예컨대 현재보다 한단계 고도화 된 지능형 CCTV는 사람이 지켜보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상황을 파악하여 대응할 수 있다. Level 2와 Level 3의 구분은 하나의 단일 영역내에서 수직적으로 지능을 발전시키는지, 아니면 여러 영역을 연결하여 수평적으로 지능을 창출하는지에 따른 것이다.

이미 도시의 주요 부문은 모두 자체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Level 2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면 되는 반면, Level 3은 이를 상호연결하는 메타플랫폼을 만들어 작동하게 된다.

Level 4와 Level 5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하여 지금까지 불가능하던 혹은 존재하지 않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단계이다. 앞서의 Level 2와 3이 이미 존재하던 기능과 서비스를 사람이 하던 것에서 인공지능이 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라면, 이번 단계는 지능기술의 힘을 빌어 새로운 도시 기능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전 단계가 ‘개선’(reform)에 해당한다면, 이 단계는 기존 도시를 새로운 도시로 바꾸는 ‘변환’(transform)에 해당한다. Level 4와 5를 구분하는 기준은 자율화의 정도로서 Level 4에서는 인간의 통제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반면, Level 5는 지능기술에 의한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최대한 허용하게 된다.

2021년에 모습을 들어내게 될 국가시범도시는 Level 4 이상의 서비스를 지향한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Level 3 수준의 서비스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가시범도시는 그것이 조성되는 시점에서 다시 2~3년 이후의 미래 기술과 서비스를 제시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국가시범도시는 R&D 사업과 긴밀히 연계하여 준비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이미 정부와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R&D 사업의 성과를 시범도시에서 구현하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시범도시가 지향하는 가치와 혁신방향에 발맞춰 R&D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이에 비해 성숙도시와 노후도시는 Level 3 이하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숙도시를 위해 이미 국가전략R&D 사업이 추진되고 있듯이 다양한 데이터를 수평적으로 연계하는 Level 3 수준의 R&D가 필요하고, 노후도시를 위해서는 첨단기술 보다 적정기술을 더 경제적이고 신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smart city

성과지향 기술개발을 위하여

<그림 1> R&D 실증 방법

스마트시티 신전략의 성공을 위해 기술개발 방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기술개발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고 도시유형별 필요에 맞는 성과를 수반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스마트시티 신전략이 공급주도의 기존방식을 벗어나 사람 중심, 수요자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지향하는 만큼 기술개발도 시민들의 필요와 선호를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빙 랩을 비롯한 각종 시민참여 방식이 널리 활용되겠지만, R&D 관점에서 보면 <그림 1>과 같이 다양한 실증방식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도시나 성숙도시의 입장에서 보면 시범사업을 통한 실증이 성과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해결에 효과가 크고 시민들도 환영할만한 사람중심의 기술개발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속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그 과정을 시민과 공유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드러나지 않던 시민들의 니즈를 하나라도 더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기술개발방식은 기술적 타당성만 검증하는 선에서 시범사업을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보다는 사회경제적 효과, 이해관계자의 동의, 이용자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더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시범도시는 개념검증부터 시범사업까지 모든 종류의 실증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향후 5년 이상의 중기 기술개발은 높은 실패위험을 안고 있다.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고 사회환경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위험성을 줄이고 실패하더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축적하려면 기술개발의 매 단계마다 실증과정을 착실히 수행해야 한다.실증이 기술개발의 부수적인 과정이 아니라 기술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본질적 과정으로 인식될 때 스마트시티 신전략이 추구하는 전략목표들을 보다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래전략센터

민성진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