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 리포트구분 | 산업리포트 | 콘텐츠구분 | 도시/건축 |
|---|---|---|---|
| 출처 | LG경제연구원 | ||
| 원문제목 | - | ||
| 언어 | - | 국가 | 한국 |
| 등록일 | 2010-07-07 | 발행일 | 2010-03-22 |
| 첨부파일 |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 ||
작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이어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를 위한 추가적인 협상이 올해 12월 멕시코 칸쿤(Cancun)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멕시코에서 개최될 협상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미 세계 각국은 지난 코펜하겐 협상 당시에 제기된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협상에 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번 멕시코 협상에서는 교토 협약에서 코펜하겐 협상까지 지속되어오던 전통적 협상 방식과 국별 독자적 목표설정을 용인하는 새로운 협상 방식이 경합을 벌이게 될 전망이고, 이 두 방식 모두 실패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포스트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상의 결과는 개별 국가 차원의 배출권 시장과 글로벌 탄소시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코펜하겐 협상의 결과를 점검하고 차기 기후변화협상에 대한 전망을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응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목 차 >
Ⅰ. 코펜하겐 기후회의의 진행경과와 성과
Ⅱ. 포스트 코펜하겐 협상 시나리오
Ⅲ. 향후 전망과 시사점
Ⅰ. 코펜하겐 기후회의의 진행경과와 성과
2009년 12월 7~18일 코펜하겐에서는 세계 120여 국 정상이 참가한 가운데 기후변화 정상회의(COP 15)가 개최되었다. 회의의 목적은 오는 2012년 종료 예정인 교토 협약의 뒤를 잇는 후속 협약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글로벌 온실가스 문제로 인해 협약에 대한 각국의 관심도 크게 증가한 상태였다. 이 회의를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글로벌 기후 변화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유엔 등 국제기구와 세계 선후진 각국의 야심찬 목표였다.
협상의 진행과정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협상은 초반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개도국은 선진국들에게 역사적 책임에 기초한 1990년 대비 25~40%의 온실가스 감축과 선진국 GDP의 0.5% 수준인 2,500억 달러 규모의 대(對) 개도국 재정지원을 촉구하였고,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검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였다. 또 협상 과정에서는 개도국들이 선진국들만의 협의에 의한 협상초안 작성 등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주요 25개국이 참여한 일시적인 대타협 안이 도출되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 회견을 통해 합의 도출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25개 주요국 정상들 간의 직접 협상을 통해 작성된 정상 합의문 초안에 대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투발루 등이 협상의 비민주적 절차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최종적으로는 합의문 채택(adopt) 대신 승인(take note of)에 그치게 되었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는 2주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목표였던 ‘법적 구속력(legally binding)’을 가지는 결과물 도출에는 실패하였다. 최종적인 협상의 결과에 대한 각국의 평가는 다양하다. EU 순번 의장국이었던 스웨덴은 협상에 대해 “재앙”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반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대하지 못했던 돌파구” 마련이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자신이 협상에 참여하였음에도 최종 합의 과정서 배제된 경위를 따지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번 협상의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조차도 동상이몽의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번 협상은 법적인 효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문’이 되고 말았으며, 2009년까지 마치기로 하였던 협의를 2010년 말까지로 1년 연장하는 데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 ‘시스템 과부하’ 초래
협상 개최 전부터 모든 참가국들을 포괄하는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방안에 합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협상에 참가하는 등 몇몇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거대한 합의를 모색하기에는 협상 준비가 너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교토 협약 당시는 선진국(미국, EU, 일본, 호주 등)만의 협상에 의해 협의 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이번 협상은 192개 참가국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였다. 또한 협상의 범위도 넓었다. 단순한 온실가스 국별 감축을 넘어서서 거시경제적 전환, 국제 무역, 개발, R&D, 혁신,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주제가 함께 다루어져야 했고, 개별적인 부문별 협상마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감축 의무국의 규모와 협상의 범위에 비추어 볼 때, 합의 도출 가능성을 넘어서는 ‘시스템 과부하’가 명백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과부하’ 상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개도국과 선진국이 상대의 요구를 서로 받아들이며 합의를 이루어야 하였는데, 이를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인 선진국들의 개도국에 대한 유인책이 결정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협상 상대에 대한 인정을 통한 논의의 진전이 아닌 국제적인 일방적 선언에 의존하고 있었다. 많은 나라들이 ‘다른 선진국들이 상응하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자국의 목표를 제시하였고, 여타의 협상국들도 자신의 목표치를 일방적으로 제시하곤 하였다. 유럽연합이 독자적으로 20%, 선진국들의 동참이 있을 경우 3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였고, 일본은 한국, 중국 등 경쟁국가들을 염두에 두어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들이 동참할 경우’를 조건으로 25% 감축을 제시하는 등 이른바 ‘조건부 감축목표’ 제시가 일반화 되어버린 것이다.
코펜하겐 협상의 주요 성과
코펜하겐 협상은 결과적으로 협상의 기본 목표인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의무 부과” 및 “각국의 구속력 있는 배출량 목표치 설정”에 실패하였다. 다만 정치적 합의 가운데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들은 일부 있었다. 먼저 선진국들은 차기 공약 기간까지 과거의 교토 협약 체제를 유지하고, 미국 및 개도국들도 구속력은 없지만 자국이 스스로 제시한 틀 안에서 감축 행동을 이행하기로 하였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선진국들은 감축목표를 제시한 후 국제적인 검증을 거치기로 하고, 개도국들의 감축목표는 ‘국내적인 검증’을 기본으로 하되, ‘주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국제적인 협의와 분석을 허용’하는 수준에서 반영하기로 하였다.
두 번째로 온난화에 의한 기온 상승을 최대 2℃ 내에서 억제하는 것과 이를 위해서는 전지구적 배출량 감축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가 이루어졌다. 이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합의된 바 없었던 사안으로 글로벌 감축 목표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마침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이번 협상에서는 삼림파괴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삼림파괴와 삼림의 질 악화에 대처하는 명시적 행동과 필요한 자원을 모으기 위한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특히 조림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분 만큼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하며, 삼림 보호에 대해서는 CO2 감축 1톤당 1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후발 개도국에 대한 금융지원의 틀을 합의하였다. 먼저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공공과 민간이 합하여 천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는 온실가스 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주는 것일 뿐 아니라 선진국들이 최초로 구체적 인 자금지원의 규모를 제시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최빈국, 군소 섬나라, 아프리카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응(adaption) 행동에 대해 선진국들이 우선적으로 금융 및 기술 지원을 행하기로 하였다. 선진국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2010~2012년 기간에 3백억 달러(EU 106억 달러, 일본 110억 달러, 미국 36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 기금을 우선 최빈국 등에 대한 적응 행동에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코펜하겐 합의에 따라 각국이 제출한 감축 목표치
코펜하겐에서의 합의에 따라 지난 1월 말까지 각국은 자국의 감축목표를 유엔 산하기구인 UNFCCC에 제출하기로 하였고, 일부 국가들이 다소 늦게 제출하기도 하였지만 3월 중순까지 102개 국가들의 목표치가 제시되었다. 선진국들 대부분은 자국이 코펜하겐 협약에서 제시한 감축목표를 다시 한 번 되풀이 하였다. 개도국들은 대부분 배출전망치(BAU) 대비 감축목표를 제시하였고, 중국과 인도는 탄소집약도 방식의 감축목표를 제시하였다. 선진국 가운데에서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랜드, 유럽연합, 그리고 스위스가 1990년 대비 20~40% 감축이라는 높은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고, 개도국 가운데에는 브라질과 러시아가 비교적 높은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18면 <표 2> 참조).
Ⅱ. 포스트 코펜하겐 협상 시나리오
코펜하겐에서의 새로운 협약 도출 실패가 기후변화협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온난화의 위협에 대해 국제기구, 각국 정부, 비정부기구 그리고 민간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난 코펜하겐 회의의 큰 진전사항 가운데 하나는 온난화 대처 문제가 주요 선진국만이 아닌 개도국을 포함한 모두의 노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본 점이다.
올해 12월 멕시코에서 진행될 기후변화협상(COP 16)의 시나리오로는 다음 세가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교토 협약을 잇는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의 성립이라는 시나리오를 들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글로벌 협약 대신 각국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로는 유럽을 제외한 주요국들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교토 협약 시한 종결 시기를 넘기는 상황이다. 이제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시나리오 1. 새로운 글로벌 기후변화협약의 성립
유럽연합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기본적으로는 교토 협약 방식의 재추진이다. 이 방식은 ‘목표치와 시한 설정’이라는 방식의 온실가스 협약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글로벌 협약에 세계 각국이 비준하고 참여하는 형태로 추진되는 이러한 ‘톱다운(top-down)’ 방식은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먼저 정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목표치를 각국이 배분해나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코펜하겐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협상이 쉽지 않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협의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협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럽 연합의 기후변화담당 집행위원인 코니 헤데가르(Connie Hedegaard)는, 2010년의 멕시코 칸쿤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2011년 남아프리카 회의로까지 최종 합의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유럽의회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은 코펜하겐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먼저 유럽연합은 코펜하겐 협약에서 선진국들이 사용한 ‘조건부 감축목표’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에 동참할 경우 유럽연합은 30%를 감축하겠다는 코펜하겐 협상에서의 전제 조건을 앞장서서 철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회의 환경위원회 위원장인 요 라이넨(Jo Leinen)은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유럽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는 조건 없이 30% 감축을 선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협상의 제약조건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협상에 대한 태도가 여전히 유보적인 만큼, 또 다른 유력 협상주체인 개도국들을 포섭하고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이 개도국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당근’이 유럽의 배출권 거래시장이다. 유럽연합은 개도국들을 상대로 유럽 배출권 시장에의 참여 확대를 제안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의 온실가스 시장과 이른바 “유연성 메커니즘”의 폭넓은 활용을 통해 개도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결국 ① 강화된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 선언 → ② 개도국의 실질적인 감축목표 제시 → ③ 개도국의 압력으로 미국 등 여타 선진국 협상 참여 견인 → ④ 글로벌 기후변화 협약 도출이라는 그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개도국에 대해 제시할 수 있는 또 다른 ‘당근’은 안정된 자금원의 확보를 통한 지원 확대이다. 예를 들어 공적개발원조(ODA) 측면에서 유럽은 전세계 지원액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이 비중을 더욱 늘려 ODA 자금을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확대 지원한다는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유럽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이번 협상에서 합의된 Copenhagen Green Climate Fund와 같은 기금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개도국을 지원하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고,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도국의) 삼림 보호를 위한 토빈세 도입을 제안하는 등 유럽은 기후변화협약을 관철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형태의 글로벌 협약이 시행될 경우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가장 작아질 전망이다. 전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의 단일한 시장거래 가격이 형성되고 온실가스를 빌미로 한 통상마찰 문제가 생겨날 소지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배출권 거래시장 등 온실가스 감축 관련 비즈니스도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시나리오 2. ‘포트폴리오’ 접근방식에 의한 협상진행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한 비판은 미국과 개도국 양쪽에서 제기된다. 개도국은 역사적으로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들의 더 높은 목표를 설정(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산업화에 따른 정상적인 과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톱다운 방식의 감축 대신 자신들의 경제성장 단계를 감안한 감축 방식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윌슨주의’적 전통으로 인해 국제 협약이 자국산업, 자국민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강제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져왔다.
이외에도 ‘톱다운’ 방식의 협약을 위해서는 수많은 국가들이 상호 합의를 통해 협약을 도출하고 또 각국 의회에서 이 협약을 비준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너무 크다는 주장도 있다. 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권 분야의 개방에 관한 도하개발아젠다(DDA, Doha Development Agenda)가 8년째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 협약의 타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조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현재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포트폴리오(portfolio)’ 접근 방식도 향후의 협상 과정에 중요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 접근이란 각국의 ‘일방적인 서약(unilateral pledges)’이라는 형식과 국제적인 협조의 틀을 조화시키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협상 당사자들은 국제적인 합의가 가능한 수준에서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국제사회에서는 각국이 이 목표치를 준수하는 지를 감시하는 방안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케네디 스쿨을 중심으로 발전되기 시작한 이 방식에 따르게 될 경우 선진국들은 교토 협약에 준하여 1990년(혹은 2005년) 대비 일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개도국들은 자신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 시나리오(BAU, Business as Usual) 대비 일정한 비율의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게 된다. 기존의 ‘톱 다운’ 방식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각국이 국제적 비준을 거치지 않고 국내법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방식의 경우 각국의 참여는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전지구적인 감축목표 달성은 다소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협상은 다소 쉬워질 수 있지만 전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작아지는 것이다. 특히 포트폴리오 방식 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의 가장 핵심적인 성패의 여부가 세계 최대 배출국인 미국의 배출권 거래제 도입 여부에 좌우된다. 포트폴리오 방식에서는 세계 각국이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게 될 전망이지만, 개도국들의 경우 BAU 대비 감축목표를 제시하기 때문에 의미있는 규모의 독자적인 배출권 거래제 시장을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전지구적 온실가스 감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청정개발체제(CDM)의 성과에서 확인한 것처럼 선진국의 엄격한 배출권 거래제 시장이 추가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성공적인 배출권 거래제가 정착되어야만 청정개발체제를 매개로 한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행동에 대한 보상과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한편 포트폴리오 방식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각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된다. 과거 교토 협약 방식 하에서는 협약 비준 여부에 따른 의무 부담국과 비부담국이 명백히 구별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협상 방식이 관철될 경우 개도국들은 협약에 따른 부담을 지는 것도, 지지 않는 것도 아닌 애매 모호한 상황이 지속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들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미진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통상 제한조치를 시행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또한 글로벌 온실가스 시장 전망도 불투명해 진다. 각국이 모두 독자적인 배출권 시장을 만들 것인 만큼, 이들 시장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감축비용을 고려한 상대가격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선진국 시장에 대한 개도국의 배출권 판매도 어려워질 수 있다. 자칫 ‘싸구려’ 배출권(보다 쉬운 기준에 따른 인증을 기반으로 형성된 배출권)이 양산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3. 유럽의 단일 탄소시장(협상 실패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글로벌 협약은 협약 자체의 어려움으로 인해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로부터 외면당할 어려움이 있다. 반면 포트폴리오 접근방식은 미국의 배출권 거래제가 조기도입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유럽연합과 미국이 추진하는 두 시나리오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 경우, 단기적으로 유럽연합이 독자적으로 탄소시장을 운영하고 다른 국가들은 느슨한 형태의 자발적 협약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으로 보조를 맞추어 가는 모양새를 띨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 연합 등을 중심으로 협상 실패시에 적용할 대체 방안(Plan B)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유럽연합 등 일부 국가에서만 온실가스를 감축하게 되면 이들 국가의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은 역외로 기업을 이전할 유인이 커지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 온실가스 감축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시행하지 않는 국가들로부터의 철강, 화학제품 수입에 국경세를 포함한 다양한 수입규제조치를 실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온실가스를 매개로 한 국별 무역장벽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또한 유럽만의 단일 시장으로 인한 전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부족을 메워줄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이 (산업) 부문별 협약 체결이다. 부문별 협약 체결이란 시멘트, 철강, 화학 등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주요 산업별로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감축을 실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삼림 보호, 항공-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확대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선진국 일부와 개도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을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산업) 부문별 협약 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국별 무역장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청정개발체제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단일 탄소시장 설립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아니라 규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이 강제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Ⅲ. 향후 전망과 시사점
지금까지 코펜하겐 협상의 진행과 결과, 그리고 포스트-코펜하겐 협상의 전망에 대해 살펴보았다. 코펜하겐 협상의 실패로 인해 우리나라도 지금까지의 개도국 지위를 1년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반드시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코펜하겐 협상 이후의 새로운 협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상 진행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가 갑작스러운 선진국 수준의 감축을 요구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느슨한 감축목표를 허용받다가 개별 국가들로부터 국경세라는 무역 규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불확실성에 대비한 준비가 더욱 세밀해 져야 한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포트폴리오’ 접근 방식에 의한 협상이 진행될 경우 이른바 ‘협상은 쉽고 협상 이후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1년 후 협상에서는 각국이 제시하는 목표가 큰 수정 없이 대부분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각국이 쉽게 수용하는 협상안이 성사될 수 있지만, 협상 이후에 각국별로 상이한 전략을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주도에 의한 2개의 대형 배출권 시장과 나머지 국가들에 의한 작은 시장들로 배출권 시장이 나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개도국 청정개발체제 시장은 큰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유엔 주도의 비교적 안정적인 청정개발체제 시장과 일부 더 엄격한 기준에 따른 고급 배출권 시장, 그리고 민간 주도의 새로운 배출권 시장 등이 여러 개 만들어지면서 서로간의 인정과 교환을 위한 기준 설정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독자적인 배출권 시장을 준비하는 나라의 경우에도 우리의 배출권 시장이 규모도 작고 거래 역사가 짧다는 이유로 선진국 시장에 비해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의 배출권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다하는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는 선진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노력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점점 중요성이 커져가는 동등 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 조건이 적용될 경우 우리 기업들로서는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전부 다 수행하면서도 해외에 나가서는 추가적인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 포스트 코펜하겐 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해법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 본 보고서는 LG경제연구원(www.lgeri.com)에서 작성한 것으로서 LG경제연구원의 사전양해 하에 LandMarK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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